210823 기르던 톱사슴벌레가 죽어가고 있다.

한달전에 집에 데려온 톱사슴벌레가 죽어가고 있다.
수명이 다 한것 같다. 움직임이 거의 없고 먹지도 않는다 ...
톱사슴벌레는 사슴벌레 중에서도 수명이 가장 짧다. 성충이 되고나서 몇달밖에 살지 못한다.

밤에 산책을 하다가 가로등 불빛에 날아온 암컷 톱사슴벌레 이다.
크기가 좀 큰 편이어서 집에 데리고 왔었다. 수명이 짧아 금방 죽을 거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
이렇게 죽어가는 녀석을 보니 마음이 무겁다.

그래도 한달동안 함께 지내서 그런지 정이 들었나 보다.
비록 한낮 곤충이지만 .. 그래도 죽음의 문턱에서 힘겨워하는 모습에 눈물이 나려고 한다.

 

죽지마 ... 죽지마 .. 조금만 힘을 내봐 ..

아주 조금씩 움직이기는 하는데 .. 마지막 불씨가 꺼져가는 느낌이다.
오늘 밤을 넘기지 못할것 같다. 슬프다.

+ 210824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사슴벌레가 죽었나 다시 살펴봤다.
힘없이 축쳐져 미동이 없었다. 마음이 먹먹했다. 죽었구나 .. 잘가 ..
하고 사슴벌레를 꺼내려고 보니..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힘겹게 아주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는데 이제 숨이 겨우 붙어있는 마지막 단계인것 같다.

그래서 다시 사슴벌레를 그대로 두었다.
지금 밖에는 비가온다. 땅속에 묻어줄까 .. 종이배에 태워서 물에 띄워줄까 .. 생각중이다.

처음엔 죽으면 그냥 버릴줄 알았는데 .. 그렇게는 못하겠다.
그냥 ... 모르겠다. 그냥 버리지는 못하겠어.

+
저녁에 집에 와보니 놀랍게도 아직 조금씩 움직이고 있었다. 자세히 보지 않으면 움직이는지 모를 정도로 미세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ㅜㅜ
와 생명력이 대단하다. 살고 싶은걸까 ..

밤이 되어 다시 살펴보니 이제 움직이지 않는다.
집게턱도 꾹 다물어져 어긋나 있었고 다리도 이제 굳어서 움직이지 않는다.
손으로 만져보니 힘없이 축 늘어진다.

 

원래는 배를 접어서 사슴벌레를 태우고 하천에 띄워주려고 했는데 비가와서 물살이 너무 세다.

그래서 사슴벌레를 휴지에 고이 싸서 자주 가는 공원으로 갔다.
그 곳엔 큰 나무가 많은데 나무 밑에 묻어 주기로 했다.

오늘은 비가 오지 않아서 다행이다.
적당히 파서 잘 묻어 주었다.

죽어서 흙으로 돌아가는 사슴벌레 ..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 때문에 행복했다.

잘가.. ㅠㅠ

210717 톱사슴벌레 암컷 주웠다/Prosopocoilus inclinatus female